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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한 잔 하실래요?

 힐링 한 잔 하실래요?힐링농원 예서원
 

농가맛집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필두로 ‘정의 시리즈’가 국내 서점가를 강타했을 때, 학자들은 “한국인들이 얼마나 정의에 굶주려 있는지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 분석했다. 이처럼 특정 시기와 지역에 유행하는 단어는 그 시기, 그 지역 사람들의 결핍을 잘 말해준다. 같은 논리로 작년에 인기를 끌었던 두 단어, ‘멘토’와 ‘힐링’은 존경하고 따를 만한사람이 없고, 치유가 필요한 현대인들의 상황을 반영한다. 사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을 돌볼 틈 없이 사는 모습을 보면, 병이 없는 게 신기할 정도다. 퍽퍽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예서원의 효소차 한 잔을 대접하고 싶다.

재배부터 교육·체험까지 1~6차 산업을 아우르는 곳

허브카페“허브차든 발효액이든 내얼굴을 걸고 손님에게 내놓는 건데, 믿을만한 제품이어야죠. 원료나 제품을 믿을 만한 사람에게 사오는 것도 방법이지만, 가장좋은 건 내가 재배한 원료를 내 손으로 가공하는 것이죠.”

[예서원]의 안주인 정국정 씨가 재배와 가공, 판매까지 1~3차산업을 동시에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힐링농원’ 예서원은 정계천, 정국정 부부가 함께 운영하며 처제인 정계정 씨가 두 사람을 도와 일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건강한 삶을 운영하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예서원은 경포대에서 30분 거리, 강릉 바닷가 가는 길에 자리잡고 있다. 단지 ‘발효액을 만드는 농가찻집’이라고 소개받고 찾아갔는데, 막상 가보니 예서원은 ‘이거다’한 마디로 정의하기엔 미안할 정도로 다채롭게 기능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긴 설명을 기피하는 현대인들을 배려해 한 마디로 정리하면, ‘1~6차 산업을 아우르는 종합힐링센터’라 할 수 있겠다.
교육체험
예서원에서 하는 일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건강한 마실거리인 허브차와 발효액의 원료인 약초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1-2차 산업, 마실거리와 쉴 공간을 파는 까페와 펜션은 3차산업, 귀농귀촌 교육 및 황토염색과 발효액 만들기 체험 등 각종 교육체험 프로그램은 4차산업, 산사음악회 등 각종 문화행사 개최는 5차 산업,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6차산업까지 모든 종류의 산업 활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진다. 또한, 지역민들에게는 문화센터 또는 커뮤니티센터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다.


가장 좋은건 내가 재배한 원료를 내 손으로 가공하는 것이죠.
 



2010년부터 재배해온 와송, “암에 좋다”최근 뜨기 시작

교육체험하는 모습과 카페 그리고 항아리안의 발효중이던 약초“와송, 개똥쑥, 부처손을 3대 항암식물로 꼽아요. 이 중 부처손은 깊은 산속에서만 나는 야생초라, 우리는 와송과 개똥쑥만 키워요.”와송. 기와에서 나는 소나무라는 뜻으로, 기와지붕에 던져놔도 자랄 정도로 질긴 생명력을 지녔다해서 이렇게 이름 붙여진 식물이다(그렇다고 진짜로 기와지붕에 던져놓고 잘 자라길 기대하면 곤란하다).

항암작용이 알려져 최근 인기를 얻기 시작한 와송을 이 곳 예서원에서는 이미 3년 전부터 재배해왔다고 한다. 마치 숨은 가치를 진작에 알아보고 유망주로 키운 청년이 유명인사가 된 격이랄까. 그 밖에도 차조기, 맨드라미, 쇠비름, 스테비아, 감국화 등 허브차와 발효액의 원료가 되는 풀들을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다.

엄청나게 큰 연잎밥과 샐러드를 먹고, 맨드라미·오미자·와송 등 종류별로 발효액을 맛보았다. 이렇듯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식사와 디저트를 끝낸 후 함께 마당을 지나 텃밭으로 갔다. 마당에는 ‘보리’, ‘별이’, ‘달이’ 고양이 삼총사가 어슬렁거리고, 텃밭에는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곤충들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 곤충공포증이 있어 살짝 겁이 났지만 한편, ‘이처럼 식물과 곤충들, 네 발 동물과 두 발 동물이 어우러져 사는 게 진짜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자기한 원두막형 저장고 옆에 항아리 일가(一家)가 무여있고, 그 주변에 진보랏빛 맨드라미가 가득 피어있다. 뾰족한 벼슬을 세우고 항아리들을 에워싼 모습이 마치 철조망을 치고 항아리들을 지키는 듯하다. 이렇게 맨드라미 기사단이 수호 중인 항아리 중 하나를 정국정 씨가 여니, 한참 발효 중이던 약초 향이 물씬 풍겨왔다.

예서원 발효액 주재료취재를 마치고 세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가는 차에 올라탔다. 예서원의 평온한 공기를 뒤로 하고 서울의 치열한 삶으로 돌아왔지만, 취재를 위해 머무르는 두세 시간이나마 몸과 마음에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었다. 일하러 왔다가 휴식을 얻은 셈, 서울에서 강릉까지 일하러 와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물을 받은 것에 감사했다.

 

[힐링까페 예서원]

- 주소 :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656-15
- 블로그
http://yes_one.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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